“사과 하나를 깎아서 둘이 나눠먹고 있어요.”
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조해경 씨는 매일 아침 사과를 꼭 챙겨먹습니다. 일터에 가지고 나가 수시로 챙겨먹기도 합니다. 그런데 올해는 이전처럼 사과를 마음껏 먹지는 못했다고 말합니다. 한여름에는 괜찮은 사과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웠고, 추석 전후로는 값이 너무 비싸 매일 하나씩 먹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.
자료: 농넷,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
추석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뛰는 것은 매년 있어왔던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. 농넷에 따르면 올해 9월 사과 1kg당 평균가는 5,730원으로, 작년 2111원의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. 전체적인 물가 상승의 영향도 있겠지만,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그 상승세가 확연합니다.
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? 원인으로는 ‘이상기후’가 꼽힙니다. 올해 사과 농가에는 이상저온부터 우박, 집중호우, 태풍까지 여러 재해가 연이어 닥쳤습니다. 그간 지역 기사의 형태로 산발적으로 보도된 올해 사과 농가 재해 현황을 한 기사에 모아 보여드립니다.
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의 정은호 사과이용연구소장은 거창군에서 13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기도 합니다. 정 소장은 올해를 “많은 자연 재해로 농사 짓기가 가장 힘들었던 한 해”라고 설명했습니다. 올해 사과 농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, 시간을 거슬러 3월로 돌아가보겠습니다.
자료: 기상청 기후분석정보 2023년 3월호
올해 3월은 이상고온으로 유난히 따스했습니다. 포근한 날씨 속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, 농민은 마냥 기뻐할 수 없습니다. 꽃이 일찍 피면 추위에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입니다. 당시 농촌진흥청은 사과꽃이 활짝 피는 시기를 4월 6∼8일로 예측하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. 지난 해보다 약 10일 이상 빠른 예측일이었습니다.
자료: 기상청 일별 최저기온
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. 4월이 되자 한 달에도 수차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, 사과꽃에 눈이 소복이 쌓이기도 했습니다. 지난 해보다 사과꽃은 이르게 피었는데,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늦게 찾아온 겁니다. 날씨가 추우면 사과꽃은 암술 씨방이 검게 변하면서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.
자료: 정은호 사과이용연구소장 제공
이러한 냉해 피해를 종합한 자료는 아직 찾아볼 수 없어, 사과 재배지로 알려진 전국 18개 시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. 그 결과, 이들 지역 사과 재배면적 총 25713ha 가운데 64%인 16448ha가 냉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. 무려 여의도 면적(290ha)의 56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.